올해로 축산자조금이 도입된지 １０년이 됐다． 다양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축산농가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자조금제도가 농가 스스로 기금을 조성， 소비 촉진 등을 통해 축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축산농가들의 인식이 부족한데다 현행 제도가 희망자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자조금 추진 현황＝자조금의 출발점은 １９９０년의 농발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데서부터이다． 이어 ９２년에 양돈과 양계산업에서 자조금을 최초로 실시했고 낙농은 낙농진흥법 개정과 엇갈려 미뤄오다가 ９８년부터 착수했다．
지난해까지 각 단체별로 조성된 자조금 액수는 대한양돈협회의 경우 １５억６，４１６만３，０７９원（정부보조금 ４억３，１１０만８８５원 포함）， 대한양계협회는 １２억９，４６７만７，０００원（정부보조금 ３억９，１２８만８，０００원 포함） 등이다．
특히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９９년 ２８억원， ２０００년 ２６억원 등 ５４억원（정부보조금 １８억１，０００만원 포함）을 조성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양돈협회는 １０억원， 양계협회는 １억원， 낙농육우협회는 １０억원의 자조금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국한우협회도 자조금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까지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과＝이처럼 조성된 자조금은 대부분 텔레비전·신문 등에 국산 축산물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집중 홍보하는데 쓰였고 전국 순회 요리강습회 및 시식회 개최， 요리책자 발간 등에 사용됐다． 또 축산업 발전을 위한 정보 제공 및 정책 연구， 축산농가 교육 등에도 사용됐다．
낙농육우협회가 전문가에게 의뢰， 조사한 결과 지난해 １원의 낙농자조금이 ２４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난해 원유생산량이 최근 ５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재고량이 줄어든 것은 자조금에 의한 소비촉진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김건태 양돈협회장은 “구제역·광우병 파동 등에 따른 육류소비 부진으로 축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우리 축산물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 자조금제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과제＝그러나 이같은 다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축산농가들의 인식이 부족한데다 희망자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임의자조금 형식으로 돼 있어 많은 농가들이 ＇무임승차｀함에 따라 참여율이 낙농 ８０％（２０００년 기준）， 양돈 ２０％， 양계 ４０％에 불과한 상태다．
더구나 자조금 보조금 지급 절차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자조금 사업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축산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인식 낙농육우협회 전무는 “자조금 조성이 연중 일정치 않은 상황에서 현행 분기별 지급 방식은 조성 실적이 다를 경우 보조금 지급률이 낮아지고， 특히 매분기 출하 실적 등을 확인해 명단을 제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축산자조금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축산농가들을 대상으로 자조금제도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동된 지적이다．
박영인 한국자조금협회 고문은 “생산자단체가 축산농가에게 자조금제도의 필요성과 추진 방법， 기대 효과 등을 충분히 이해시켜 적극적인 동참 공감대를 조성한 뒤 농가 스스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 자조금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행 자조금 보조금 지급 절차 개정과 우유·돼지·닭 등 품목별 생산자와 산업 전체가 전국에 하나의 자조금제도를 만드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향후 전망＝축산업자조금 입법화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낙농육우협회·양돈협회·양계협회·한우협회는 공동으로 국회에 ＇축산업자조금법 제정에 관한 청원｀을 제출， 김영진 의원， 원철희 의원 외 ２２인 소개로 입법이 추진중이다． 이 법안은 ８월에 공청회를 거쳐 오는 정기국회에 상정돼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김태억·김상영＞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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